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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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간극을 두고 피는 치자꽃
이 꽃들의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극이 사랑이자
이별이자 싸움이자 죽음이었다
매순간 이 간극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모두 펼쳐 보일 수 있을까
전쟁 같은 살벌함이 도사리고 있어 오싹하게 한다
시간 또한 빛독청장처럼 사람의 간극에 파고들어
흔들어 대고 있으니
이 간극을 조정해야 할 순간을 놓칠 때
닥쳐오는 파장들
치자꽃 피는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 세상과 극단적인
이 간극 앞에서 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지차꽃은 향기로 이 간극을 지우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과의 간극을 무엇으로 지우나
평생토록 따라 다니는 간극이란 비수를 숨긴 채
살다가 떠난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간극을 가지고
세상을 이끌고 간다
이 간극을 신조차도 좁힐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는 이 간극을
치자꽃는 자기 향기로 문질러 닦고 있었다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빛을 먹고사는 꽃잎들에게도 자기 공간이 필요하지요. 그 꽃들간의 간극을 치열한 전장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힐링링시인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건필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 함께 노력하여 좁힐 수는 있지만
제거할 수 있는 건 죽음 너머에서만 가능할 듯합니다.
전쟁도 증오도 결국 이 간극(gap)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물인데
서로 사랑의 다리를 놓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 보초병(골든 리트리버)이 근무에 충실을 기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서 컴을 켰습니다
좋은 꿈 꾸시고 좋은 하루 맞이하십시오 힐링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