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술에 취해 있다 > 창작시의 향기

강아지가 술을 마실 턱이 없는데 빈 술병 앞에서

꾸벅 졸고 있어 술을 마신 것처럼 비쳐졌을 것이다

한 세상 사는 동안 술과 친구 이상으로 함께 한다

세상사 고달픔에서 오는 한계선에 서면

술이라는 주술의 힘이 없이는 넘기 어려워

이 힘을 빌린다

강아지 또한 이 빈 병에 옆에 꾸벅 졸면서 세상사를

잠시 잊고 싶었는지 모른다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길을 가고자 하는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제재의 대상이자

발길질의 대상이었다

비록 술을 마시지는 않았으나 한 번 취한 자세로

꾸벅거릴 때는 지상 최고의 순간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취한 진짜 맛을 경험하면서

빈 병과 나란히 앉아 있는 강아지는 자신은

무덤덤 할 뿐이었다

주인의 사랑도 받으면서 질타를 받을 때

이 혹독함에 길여지기까지 세월을 감안해보면

진짜 술에 취하고 싶은 고민에 잠겨보았다

사람으로 태어났던 짐승으로 태어났던

기쁨이었으나 고단함의 연속에 벗어날 수 없는

같은 운명에 더욱 취한 기분에 휩싸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