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 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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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 호암
나는 고향 마을 앞 늙은 느티나무 아래 큰 바위에 걸터앉아
저녁노을 빛 강 나루를, 시장 갔다 늦게 돌아오시는 어머니
기다리며 바라보곤 했습니다
큰 강변 돌자갈밭 지나, 새하얀 모래 언덕 너머, 샛강 돌 다리 건너
오시는 붉은 노을 속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아롱집니다
그 님과 나는 헤어질 운명이었나 봅니다
나는 몰랐는데 그 님은 알았나 봅니다
나만 보면 눈물을 머금으며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바람 부는 어느 날,
그 님은 말없이 훌쩍 떠나셨습니다
나는 텅 빈 방에서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문 밖에서 누군가 소곤대며 부르는 듯 했습니다
그 님인가 하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아- 훌쩍 훌쩍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보라 치는 흥남 부두 철수 작전을 그린 <국제시장> 영화를 봤는데,
철수 마지막 배인 메러리스 빅토리호에 서로 오르려는 아비귀환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없고 생존 의식만 돌올한 처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아- 차라리 보지 말 것을!
노을 진 강 나루, 문 밖의 빗소리, 눈보라 치는 흥남 부두, 너희는
작당해서 순진무구한 심상을 서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마구 흔든 죄를
영등포 경찰서에 발고, 최소 오백 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것을 주장하고
역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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