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가느다란 발목이 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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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존재의 머물 곳은 닻이 필요로 했다
그 중심축이 되어 주는 것은 닻 말고 없었다
잠자리는 어디든지 날개짓 하나로
내려 앉은 곳은 많아도
기다란 발목은 언제나 위태위태 했다
작은 바람결에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내려 앉은 풀잎 끝이 편안했다
잠자리 무게는 풀잎 끝과 일치 했다
가벼운 무게를 지탱하는 것은 기다란 발목뿐이었다
안전하게 머물 곳은 닻만이 유일한 힘이었다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이 자유였으나
새들의 눈길을 피해 가는 일은 치열한 싸움이었다
어디에 내려 앉아도 지탱하는 것은 닻이 있어야 했다
기다란 발목이 잠자리 존재의 중심축인 닻이었다
우리 같은 가벼운 존재와 닮아 있는 잠자리여
삶이란 잠자리 발목으로 살아간다
매순간을 위태위태하다 가족이란 풀잎 끝에
앉아 있으나 언제 어느 때 위기에 내몰지 몰라
구슬땀 날개로 파닥거린다
이 닻이 그마나 존재하기에
또 하루를 살아내고 내일을 끌어당겨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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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님의 댓글

삶의 닻은 늘 필요한 법이지요. 아버지는 내 깊숙한 닻이었는지 모르고 살아온 생이었지요. 중심을 잡아줄 닻이 우리에게 필요한 법입니다. 잠자리를 세심한 눈길로 관찰한 님의 노고가 엿보이는 시였습니다. 건필하세요. 날이 저물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