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리조트 > 창작시의 향기

귀티 나는 허공 리조트를

장기 머물 수 있는 표 한 장을 받고

언제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나

오래 숙원해온 일이라서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들떠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빈 몸으로 와서 머물다가라는 것이었다

빈 몸으로 떠나려고 했는데

이제까지 삶의 짐들 한 점 남김없이 보내라 한다

미처 가져가지 못한 것이 있으면

다시 돌아와 가져가야 입소가 가능하다는 준수 상황들

이것들을 어떻게 싣고 가나 싶었는데

목록만 제시하면 남김없이 그곳으로 배달된다 했다

기억해내는 일이 며칠이 걸렸다

지리산 한라산만큼 크기를 껴안고 살아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것을 단 며칠 만에 허공 리조트까지 옮겨간다

아찔하다 이게 내 생이 지고 온 짐이었나 싶을만큼

목록을 처음부터까지 정리 하고나니 홀가분했다

허공 리조트가 허공 먼 곳으로 알았으나 집을 나서니

나뭇가지에 거미가 쳐 놓은 리조트가 아닌가

에게게 한참 망설이다가 다시금 눈을 들어 보니

눈에 볼 수 없는 또 한 세계가 그 뒤에 열려 있는 것 아닌가

지리산 한라산 크기의 짐이 한 줌의 재였다

모두 날리고 나니 허공 리조트인데 나의 거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