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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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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5-06-30 09:19

본문

제 오()의 계절

 

봄에 나는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이야기하며

자신만만 일인칭으로 걸었네

어지간히 수다를 떨다, 이제 여름 되자

주위에 피어있는 남의 이야기도 들어주며

이인칭(二人稱)으로 걸었지

어느새 나무들이 여기 저기 빨간 촛불을 켜는 가을이 왔지

주변을 돌아보니 시간도 계절도 독백이 많아져

다들 새도 나무도 바람에 한 잎씩 잎을 떨구며

혼자 제 이야길 하고 있지 않겠나

그 계절엔 나도 그들처럼

모놀로그(monologue) 속의 일인칭이 되어 혼자 숲을 걸었네

이야기하고 듣고 혼자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하얀 겨울이 왔지

겨울에 나는 결국 발자국만 찍혀있는

삼인칭(三人稱)으로 발견 되었지

너와 나를 잊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리지 않는 곳으로

눈밭에 발자국을 찍으며 떠나간 삼인칭들아,

우리에게 봄은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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