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함바 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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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71회 작성일 18-02-05 01:18본문
함바, 함바, 함바,
뒤에 식당을 붙이면
건너편 자재 더미에 쌓이는 함박눈이 그칠 것 같아,
열시에 일 마치다가 여섯시에 마친다고
입이 함지박만해진 함박 웃음도 그칠 것 같아
함바, 함바, 함바
밥 굷는 나라 추장처럼 신이나서
그냥 함바라고만 한다
뙤약볕에 데쳐진 날이나
분침과 초침이 지지고 볶는 젓가락 같은 날이나,
생김치처럼 풀기 탱천하던 날이나
다 같이 비추는
밤달 보다 환한 낮달들이 줄을 서고
이모 퇘찌꼬기?
축복을 찾아서 이국만리까지 오고도
여지껏 축복을 주지 않는 신과 의리를 지키는
이슬람 청년과
네임을 물어도 이름을 물어도 눈만 뚱그런
미얀마 청년과
생선을 다섯 마리나 들고가며 눈치보지 않는
중국 청년과
몇 사람 빼고는 옷이 똑 같은 중늙은이들이 손님인,
함바, 함바, 함바
한낱 봉오리였던 지구가
삼백개가 넘는 달빛을 받으며
먹이를 잡는 십완목처럼 꽃잎을 활짝 펄치고
함박 함박 피어나는,
그래도 식당을 붙이면
봄이 와도 산목련, 작약, 모란 피지 못할 것 같아
함바, 함바, 함바
라고만 부르는 나의 직장,
그 함바 꽃피우려고
뼈를 갈아 뿌리는 종업원 최저 시급도 못주면서
함바에서는 밥도 먹지 않는
건설업체 간부들에게 돈을 갈아 뿌리는 함박눈,
함바, 함바, 함바
식당을 붙이면
저녁이 있다는 삶이 달아날 것 같아
자음 받침 하나가 없어서
함박 꽃피운 이 너댓잎이 시드는
식당이라 붙이려거든
함박 함박 함박 식당이라고 자꾸 되뇌여 발음된
함빡이 흠뻑이 될 때까지 땀흘려야
면할 것 같은 나의 직장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동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빚은 작품이라 압축기로 짜면 진국이 나오겠는데요.
성공적인 일주일 맹가시길 바랍니다.
마르틴느님의 댓글
마르틴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덕수 시인님 화이팅~!!!
한번씩 깜짝깜짝 놀랍고 쌤도나고 ㅎㅎㅎ
가끔 댓글다시는 거 보면 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ㅎㅎㅎ
그러나 결론은 순수하시다는... 인정도 있으시고 열정도 있으시고
무엇보다 매력있는 글을 읽게 해주신다는 거.. 감사드립니다
쌩 날것같은 싱싱한 시 많이많이 써주세요
열심히 읽는 팬입니당~ ^___^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으로 된 혈의 흐름, 맹점의 맥에 잡혀들어갔습니다
먹통의 울림에 공명되다니 순의 염력이 아깝습니다
혈의 역류는 가짜가 되겠나봅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바가 함바되었습니다.ㅎㅎ
밥만은 지구 공용이지요.
먹고 싸고 자고..움직일 수 없는 이 공용어들
계급장 달리한 지구촌 직장.
잘 감상하였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