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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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48회 작성일 18-02-20 14:24본문
비를 맞으면 풀이나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친놈이 되는 거리,
배은도, 망덕도, 살의도 증오도 아닌
사랑을 용서 받지 못하는
나는 유기견이라네
안락사를 꿈꾸지만
마지막으로 그대가 윈도 브러쉬처럼 손 흔들던
그 자리에서 비를 맞고 눈을 맞고
계절을 맞고 가끔은 매를 맞으며
지은 죄 중 사랑이 가장 큰 죄인
나는 유기견,
사랑한다는 말이 약속인 줄 알았네
길이 든다는 것
내 안에 그대만 다니는 길을 들인다는 것
오로지 그대만 다니던 길이 되어
나는 그대를 기다리네
왜 유기는 자유가 아닌지
그대가 산책길에 채워 준 목줄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자유였네
그대가 붙들 수 있을 만큼만 달린다는 것,
그것이 내게는 자유였네
지금 나는 목줄도 없이
그대에게 묶여 있네
사랑이 대죄라
비를 채찍처럼 맞으며
그대가 지나다니는 길가에
그대가 지어준 집인듯
발등에 턱을 파 묻고 엎드려
그대인듯 비를 맞고 있네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이 서로 길든다는 것인데 유기견이 나와선 안되겠습니다.
착한 짐승의 눈빛이 아롱거리게 하는 시군요.
공덕수님, 오늘도 좋은 데이 하세요.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피랑님, 제가 요즘 무의미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시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쓰기 싫고 자꾸 잠이 옵니다.
개들이, 고양이들이, 사람이 아니어서 죽어가는 모든
동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