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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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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18-02-24 12:39

본문

달걀의 운명


-박종영


수탉이 진귀한 가락으로  
새벽을 알리는 것은 사랑스런 암탉이
빛깔 고운 알을 낳았다는 즐거움의 노래다


쉼 없이 모이를 쪼아 배를 채우고
좁은 자리 탓 없이 알을 낳으면서도
온기 가득한 달걀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닭 한 마리의 근본이
통째로 죽는다는 절대의 순간임에도,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모두가 잠자는 새벽, 손 안 타게 낳은 알의 숭고함을
아침마다 바로 뺏어가는,
주인의 횡포에도 무너지는 가슴을 달래며
싱싱한 달걀을 출산하는 정의로운 암탉,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달걀을 낳아주는 수고가
긴요한 영양소로 섭생되는 문명의 시대를 찬양하며
소중한 알의 축복이 열리는 새벽을
암탉과 함께 빛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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