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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패 버마재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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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3회 작성일 18-03-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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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패 버마재비/장 승규



이른 새벽 서재에 갓등을 켠다
한 마리 버마재비*
갓 위에서 두 주먹 번쩍 들고 어퍼컷 자세다
완강한 팔에
어디선가 본듯한 저 각진 험상
혼자인데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힘을 가진 자의 자세다

그때 육거리 왈패들은
등굣길에도 불쑥 나타나 이 자세를 취했다
마주치는 게 두려움이었다
표적이 되는 게 두려움이었다
없는 핑계도 만들어 뒤지곤 했다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 넣었다

이 왈패 다시 보면
가늘게 주먹이 떨리고 있다
저도 세상살이 두려운 게다
험상 뒷면은 결이 고운 마음일지도 몰라
꼬리 내리고 싶은 비겁이
기세 뒷면에 엎드려 있을지도 몰라

깨끗한 흰 종이로 창밖에 살짝 내려놓았다
달아날 줄 알았는데 되레
길길이 유리창을 기어오르는 시퍼런 노기
서재를 덜 뒤졌다는 건가
뒤져도 아무것도 없더라는 건가


*버마재비: 사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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