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에 버무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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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89회 작성일 18-03-06 10:18본문
양념에 버무린 삶
어느 날 나는 성장해서 떠났다
그리고 살던 곳을 잊고 지냈다
어릴 적 싹들이 차츰 멀어지고
흙냄새 취했던 기억도 사라졌다
대형 화물차에 내몰리듯 쌓이는 순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딘가로
싸늘한 시장 바닥에 팽개쳐
이름도 모를 아줌마에 끌려갔다
험상궂고 성격은 거친 손놀림
염분 섞인 물 항아리 처박기 일쑤
숨도 못 쉬게 요리조리 혼쭐을
입시생들 과제물에 곤죽이 되어버리듯
온몸이 파김치가 되며 늘어진 순간
숭숭 뚫린 어레미에 벌이라도 서듯
살을 에는 추위에 벌벌 떨며
공포에 질린 신병들의 눈초리처럼 누워
잡다한 조미료가 섞인 양념통에
끌려가 짓이겨 정신 잃은 것도 잠시
온몸에 진흙 팩처럼 만신창이로
또 하나의 변신을 꿈꾸며 내일을 연다
대망의 밀실에 답답함도 참으며
동면에 내공을 쌓는 영하 30도!
숙성의 과정은 무서운 통과의례
수많은 날에 고통을 인내로 새긴다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탄생하려나
평범한 밥상에 김치는 오르기 싫고
천하를 호령하는 나으리 밥상에
진수성찬 김치찌개로 한 몫 유혹해 볼까
돌아보니 모두가 양념에 부풀린
입맛을 사로잡던 발효식품처럼,
게 걸린 듯 기호식품으로 유린당해버린
봄이 되니 물러터져 속 썩일 해묵은 김장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도적인지 모르겟으나
통성명을 성병의 통증으로 오독합니다
ㅎㅎ
김장맛이 어찌 울컥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나의 일생이 양념된 김장처럼 익어가다가
해동에 기운으로 물러터져 버리는
우리에 삶을 돌아 보았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 옵니다
해동에 기운으로 비상하시기를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꼴뚜기 젓인 줄 알았습니다.
밥상을 치장하는 맛갈스런 반찬들
고통으로 밥상에 오르기까지, 정말 수고들 하셨습니다. ㅎㅎ
미투, 미투에 박치기하는 세상! 참, 참담 하더이다.
두무지 시인님. *^^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혼탁한 세상을 양념에 버무러 보았습니다
봄이 되니 맛이 변할 것 같아 많은 걱정 입니다
다녀가신 흔적 고맙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곰삭아 물러진 것들의 진미
벅찬 뒷맛에
지방마다 특이한 끝맛
골골한 삶의
일미
냉장천국 불가역..... 향수!!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맛이 그대로 영원하면 좋을 텐데 봄이면 김장도
변하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묵은 김장을 버려야 할지, 뒤숭숭한 세상에 맛도
새롭게 변모하는 과정이 궁금해지는 요즈음 입니다.
평안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