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가부좌를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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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80회 작성일 18-03-18 22:00본문
향연기와 사자들의 안색에 몽롱해진 부처님들
봄볕 속으로 삼삼오오 소풍을 나오셨습니다.
복수초를 태우고 흰 코끼리 같던 겨울이
서쪽으로 간 까닭 따윈 피차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지랑이를 흠향하며 가장 반짝이는 사리 몇 알을
미리 꺼내어 공깃돌 놀이라도 하시는지
흙바닥에 가부좌 튼 금동의 머리가 들썩들썩 합니다.
눈치 없는 나비들이 날개를 모아 합장을 하고
유일신을 믿는 벌들도 밀랍에 새겨진 말씀과 꼭 닮은
피조물의 진리를 입에 담으며 붕붕붕 통성 기도를 합니다.
오랫만에 보리수 아래로 모여든 불정들을 밟으며
큰 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신발 밑창 무늬를
갈비뼈처럼 드러내며 깊은 고행에 드시기도 합니다.
희락 뿐이던 한 생애처럼 봄은 눈 깜짝할 사이를 건너고
한 발도 딪을 수 없는 바닥에만 볕 드는 전각으로 돌아가려고
터벅해진 흰 머리를 미는 시간, 가닥 가닥 나툰 불심을
볕 좋고 물 좋은 산천으로 훨훨 빼돌리고 텅빈 대궁만
대웅전으로, 극락전과 무량수전, 약사전으로 돌려 보냅니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볕은 부처님도 가만두지 않지요,
공깃돌 놀이라도 해야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벌들이 통성기도를 하는 장면에서 봄의 절정을 느낄 수 있네요 ㅎ
비유들이 유쾌합니다,
불심을 빼돌린 죄는 누가 묻습니까 ^^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입니다.
오십 한번째, 아니 가을에 태어났으니 오십번째의 봄이 너덜너덜 합니다.
머리카락 보다 가느다란 봄바람 한 줄기가 존재를 온통 전율에 빠뜨리던
민감기가 그립습니다. 풍요롭던가 황폐 하던가 그냥 그 때 그 때를
쓰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건강한 봄 되십시요.
서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러고보니 갑장이시네요 ~
네...저도 즐기듯 시를 쓰려구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 못 이기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