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모자라는 자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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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87회 작성일 18-03-21 23:45본문
구름은 눈에서 비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차곡차곡 쌓이던 말이 녹아서 흘러가버리니 나쁘지 않습니다.
하얀 말보다 투명한 말이 더 와닿습니다.
제 꽃 피우기도 버거웠던 살구 나무 가지들이
눈꽃까지 피우려니 나비를 부를 기력이 없더니
슬그머니 비의 문장을 인용한 편지를 씁니다.
삼동에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은 눈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삼나무 가지를 꺽을 논조를 잃어버린 말로 핥은
호랑이 발톱 나무 잎이 번들거립니다.
이제 흑백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어둠은 잔설을 피하고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보자고
전깃줄의 참새들은 톡톡 빗방울을 쪼아 댑니다.
이제는 정말 봄이 왔다고 버선발로 마중나온
목련의 버선코가 구름의 침방울에 젖습니다.
영원한 것은 지겹습니다.
이내 얼어붙는 절대 강령은 이념과 함께 저물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쓸 수 있는 직유는 공룡 발자국과 함께
멸종을 향해 걸어가고, 바닥을 보이고 내장을 보이는 일이
그림자를 비추는 일인 은유로 달빛은 일렁입니다.
맑아서 들키는 속내와 맑아서 비치는 세계가
하나의 말을 통해 흐릅니다.
깊은 물은 그림자로만 말을 건내고
얕은 물은 그림자와 속을 다 보입니다.
금방 흰 빛을 벗은 빗물은 구름의 패기 입니다.
더 깊어지면 시는 재미가 없어집니다.
말은 정체를 멈추고,
일렁일렁 살아서 녹이고 흐르고 비추고 드러 냅니다.
봄은 각설하고
갑자기 잠이 확 깨는 야한 이야기 입니다.
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흑,, 하필이면...저 형사님 밑에...
빌어먹을 나는 되는 일이 없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덕수 시인님이 로그인하게 만드셨으니
책임지시지요
불안하시면 지우고 다시 올리십시오
덕분에 실컷 웃다갑니다 ㅎㅎ
영원한 것은 지겹습니다
그래서 유한을 주셨나 봅니다
좋은 꿈 꾸세요^^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ㅋ 리베 시인님!
그래요. 웃읍시다. ㅋㅋㅋ
웃음이 통한다는 것, 눈물이 통한다는 것,
서로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늦은 밤에 통해서 함께 웃는다는 것
참 좋습니다. 스트레스 풀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은 제목이 봄 눈, 비 같은건데..무서워서 저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