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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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18-03-22 21:21본문
봄이 올까말까 갈까말까 밀당을 하고 있다.
남보다 먼저 혼자 고개를 내밀었던 목련이
봄의 변덕에 오지게 당하고 한껏 풀이 죽었다.
아마 속으로는 매정한 봄더러
선뜻 나선 제만 녹아난다는 원망이 클게다.
맛도 향기도 가진 것도 없이 순백의 순정으로만 승부하는
사랑에 있어서는 참으로 순진한 잼뱅이다.
그리 보면 개나리 진달래는 참으로 약은 놈이다.
먼저 달콤한 꿀로 벌나비를 꼬여들게 하여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다음
애 닳은 봄이 마음을 열고난 것을 확인한 후에야 꽃다발을 내민다.
그리고는 가장 좋은 날에 한껏 봄을 즐기다가
갈 때도 올 때처럼 별 아쉬움 없이 사라져간다.
끈끈한 바람쟁이 사랑꾼의 전형이다.
벚꽃은 또 어떤가?
어느 봄날 눈부신 하얀 꽃드레스로 성장하였다가
온세상 사람들이 넋 놓고 마음을 모두 뺏긴 찬란한 그 순간
냉혹하고 치사한 세상에 복수라도 하듯
공허함과 쓸쓸함과 아쉬움과 녹색만을 남긴 채
봄과 함께 계절의 저편으로 훌훌 떠나버릴 것이다.
마치 혁명가나 된 것처럼.
이런 모든 것들이 가소로운 때문이었을까?
남쪽나라 3월에 펑펑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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