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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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9회 작성일 18-03-29 02:56본문
버즘일기/장 승규
버즘나무 아래는 채석강 같다
버즘나무는
봄부터 제 그늘을 하루 한 장씩 쌓았다
두께가 다른 퇴적층마다
맵고 아린 사연들이 화석으로 묻혀있다
흐린 날은 아주 얇게
바람이 심한 날은 뒤틀리게
어떤 층은 단칼에 사선으로 잘려있다
늙은 버즘나무는 요즘 일기장 읽는 게 낙이다
단층 진 곳에서는 제 층을 찾아서 읽어야 한다
그늘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늘 안에서
화석들이 제 크기로 그늘을 잘라 나온다
꽁지깃 빠진 동박새가 그늘 한 조각 떼어 물고 날아가고
강아지는 잠에서 깨어 크게 또 한 조각 베어 물고 나오고
장이야 멍이야 소리도 그늘 하나씩 떼어 나온다
버즘나무 너덜너덜해져서
줄기 몇만 남았다. 벌써
늦가을이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늦가을...
장시인님 시편들도
홍시처럼 무르익어 가는군요.
서술들이
맛있습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피랑님
숨이 가쁩니다.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