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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내빙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하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9회 작성일 18-04-08 16:02

본문

현대식 내빙고 / 정채균

 

고추잠자리 쉬어가던 장독 사라지고

뒤뜰 묻어둔 김칫독이 자리 옮겼다

크기가 부를 상징하는 전기 상자

그 안에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달려와

만물의 영장에게 진상할 음식이 쌓여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된장은 햇볕 쬐지 못하고

사철 주방에서 꺼내먹을 수 있는 김치가

숨 쉬지 못하니 어머니 손맛을 잃었다

 

날카로운 이빨 드러낸 세네갈 갈치

배부른 알배기 러시아 명태는

크기와 비교하면 국산 맛과 비교할 수 없다

 

물 건너온 바나나와 키위는

이제 제법 비싼 과일이 되었고 신토불이는 찾기 힘들다

벼농사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농부 하소연에

주식마저 수입에 의존할까 조바심이다

 

냉장고 가득 채워놓고 골라 먹는 세상이지만

입맛이 없음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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