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춘, 왕오천축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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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543회 작성일 18-04-13 16:03본문
春,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 테울
1.
바다 한가운데 하늘 가까이 터를 잡은 나라다
태초 이래 늘 산이고 섬인
그 이름부터가 부악 두무악 원산 진산 선산 영주산 등등
가히, 오천축국이다
은하수를 잡아당긴다는
전설의
한라산을 오르내리지 않은 자
감히, 생을 논하지 말라
2.
나른해진 시름 헐렁한 바랑에 쑤셔넣고 속세를 나서는 찰나
근처 광명사 담벼락 동백들 핏빛 보시 중이다
잠시 오르면 어느새 온통 푸른 들녘
아닌, 가시자왈* 실크로드
그토록 거친 자락을 헤맨다는 건
그 자체가 삶의 원천이며 나의 족보이기 때문이다
그 기슭이 어머니 가슴이며
그 중턱이 아버지 등짝이며
그 정상이 할아버지 할머니 영혼이다
그 사이 수두룩 삼백 예순 남짓 오름들
우리 조상의 내력이기 때문이다
산 자 죽은 자들의 길
늘 그 길을 만지고 밟는 손과 발은
나 자체이기 때문이다
3.
배곯은 시절 곡우가 어슬렁거리던 이맘때쯤이면 난 어김없이 기행문을 쓴다. 숱한 부처님들을 뵙고 새벽이 이슬을 품은 까닭을 세세히 여쭤보았으므로, 납작 엎드려 큰절을 해야 마지못해 끄떡이던 반가사유들 일일이 알현했으므로, 오체투지로 기꺼이 삼천 배를 마쳐야 비로소 그 거룩한 심상이 제법 어렴풋해지던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으나 내려올 때 보이던
악의 꽃이 아닌 아기고사리
마침내, 피안에서 차안으로 나투시던
거룩한 화안和顔이겠지
하늘 가까이 바다 한가운데
울컥, 번뇌 같은 바람 일렁인다
걱정의 소릴까
격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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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덤불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
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셀레김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에 대한 사랑으로 매번 새로운 것을 알려주시는 테울시인님
한번도 오르지못한 제주산기행을 마치 제가 직접 해본것같이 피부로 느껴봅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는 끝이 없습니다
한동안 놓쳐버린 생각
다시 붙들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합장하는 손바닥 사이로
붉은 외침이
대자대비 연꽃 살핌이 무늬를 펴주 듯
젖게합니다
봄비에 무량해집니다
테울시선님
고맙습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치 염화미소로군요
ㅎㅎ
봄비
감개무량입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라봉의 신선의 외침으로 한라산은 더 높이 드높이 청청할 것입니다.
테울 신선님의 외침에 귀가 당나귀가 되었습니다.
좋은 주말 되소서!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나귀가 되셨다면 큰 깨우침을 얻으신 듯,
ㅎㅎ
늘 감사드립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양을 바라보고 우뚝 솟은 한라산!
시인님은 그곳에 신 왕오천축 꿈을 꾸시는 군요
철따라 유난히 몸살을 많이 하는 한라산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표이고 모멘트 같기도 합니다.
온갖 시련 속에 새롭게 태어나는 변함없는 자태로 이어진 역사가
그걸 말하는 모습 같습니다.
모진 바람 속에 오늘도 저 먼 항해를 떠나는 돛을 올려 보시기를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 왕오.. 였다가
아차 싶어
춘, 왕오..로 제목을 바꿨습니다
여름엔 하, 왕오...로
사계절 욕심으로...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