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의 생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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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회 작성일 18-05-05 22:10본문
할미꽃의 생태(5)
앳된 선홍색 꽃은 왕자별을 만난 뒤로 더 성숙한 숙녀로 성장했습니다.
숙녀는 왕자별과 함께 할아버지를 찾아가기로 한 약속을 가슴 깊이 간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너무 벅차오르는 것입니다.
왕자와 약속한 그 말을 잊을까 걱정하면서 가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지난밤에 숙녀는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눈은 더욱 말똥말똥해져 가슴을 껴안은 두 손을 풀어놓고 뜰안을 바라보았습니다.
민들레 꽃씨가 천이 없는 우산을 활짝 펴고 바람에 실려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숙녀는 눈꺼풀이 무거워져 스르르 눈이 감겨 버렸습니다.
그런데 숙녀는 민들레 꽃씨의 손잡이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입니다.
바다를 건넜습니다.
하얀 눈이 덮힌 괴물 같은 산도 넘었습니다.
황량한 고원과 사막도 지나갔습니다.
저 아래 바닷가를 낀 나라가 보입니다.
황금빛 모래가 빛나는 해변이 초생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민들레 꽃씨는 힘이 들어 땅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황금빛 모래의 해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늘 높이 비행기들이 지나간 뒤 커다란 물체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시 위로 떨어졌습니다.
시뻘건 불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요란한 폭음이 들렸습니다.
그만 민들레 꽃씨는 후폭풍에 떠밀려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도시 밖에는 개미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북으로 가고 있습니다.
민들레 꽃씨가 그곳으로 서서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긴 행렬은 사람들입니다.
전쟁을 피해 이웃나라로 피난가는 길입니다.
어린아이는 어른 등에 업히고 조금 큰 아이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 걸어가고 있습니다.
숙녀는 민들레 꽃씨의 손잡이를 놓고 피난가는 어린아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아이는 전쟁 없는 나라로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숙녀는 'ㅍ'으로 형상된 과자 하나를 어린아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평화'를 뜻하는 과자입니다.
그때 숙녀가 오전 잠을 맛있게 자고 깨어났습니다.
뜰안에 서 있는 늘 푸른 소나무 끝가지에 송화가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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