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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점 하나로 담아내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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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18-05-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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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점 하나로 담아내시는 / 이주원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등이 구부정한 것이 꼭 물음표를 닮아있었다 아이고 우리 막내아들 왔나? 밥은 뭇나? 배고프제? 못난 자식 반기는 물음표 속에는 밤낮 없는 걱정 긴 세월 동안의 기다림 홀로 남은 적적함 등이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는 궁금한 것이 많아지시는 듯하다 댁에 찾아뵐 때도 전화통화를 할 때도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보느라 바쁘시다

 아이고 마, 하이고, 만다꼬 이런 걸 사오고 그라노 엄마는 됐다 마, 괘안타, 니 마이 묵그라 싸구려 드링크 상자를 건네받는 팔뚝에는 어느 새 거무스름하게 반점이 번져있었다 한평생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살아오느라 고단하신 그 팔을 이제는 편히 숨 좀 돌리게 두라는 쉼표인지도 모르겠다

 이마에는 물결표가 자글자글하다 모두 내가 파놓은 것만 같아 죄스럽다 맨 위의 물결은 몸이 약해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던 4~11살 때 가운데 물결은 삶의 나침반을 잃고 젊음을 낭비하던 18~24살 때 맨 아래 물결은 거듭된 실패로 술독에 빠져 살던 34~37살 때 새겨진 것이리라 그밖에도 잔물결이 여기저기서 찰랑이고 있다 어머니 마음 속 바다는 결코 잠잠할 날이 없다 크고 작은 파도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좁은 방안에는 지금의 어머니보다 열 살은 더 어려보이는 아버지 사진이 걸려있다 온통 하얗고 까만 세상에서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면 어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진다 요즘 들어 눈물이 더 많아지셨다 어머니의 눈물을 처음으로 본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다 똑 떨어진 그것은 일종의 느낌표였다 내는 인자 혼차 남았다! 내 혼차밖에 안 남았다! 현실을 거부하는 자신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일깨워주는 한 줄기 느낌표였다 우리 앞에서 처음 흘리신 그때 그 눈물은 당신 스스로에게 하는 매질이었다

 반찬이 별로 없어가 미안타 오는 줄 알았으모 니 좋아하는 장조림도 해놨을 낀데…… 어머니는 저녁상을 내오시며 내 눈치를 살피신다 아이니더 엄마 맛만 좋구마는 뭔 소린교 내야말로 엄마인테 용돈 마이 몬 드리가…… 모전자전인지 말끝을 흐리는 것도 닮았다 입 안에서 새하얀 말줄임표들이 알알이 굴러다닌다 반찬이 없어도 전혀 싱겁지 않은데 국이 없어도 전혀 퍽퍽하지 않은데 아무리 씹어도 말줄임표들은 더 잘고 더 많은 말줄임표로 부서지기만 할 뿐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도저히 삼켜지지가 않는다

 이제 어머니의 문장부호를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다 내겐 그저 흰 종이 위 까만 얼룩일 뿐이었던 그 삶이 실은 당신께서 온몸으로 평생토록 쓰신 한 편의 글이란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바람은 야속하게도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긴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시도록 나는 잠든 그 손을 꼭 붙잡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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