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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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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jinko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3회 작성일 18-05-22 08:12

본문

반지

    

하필이면 내가 중학교를 갓 들어간 무렵부터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가정선생님이 샘플로 보여준 감색 바지와 남청색 체크무늬 재킷은

당시 나에게는 진열장 밖에서 눈으로만 입을 수 있는 호사였다.

내가 호들갑 떨며 건넨 교복에 대한 안내서를 엄마가 읽는 동안

차가운 외풍을 조금이나마 막아보려고 엉성하게 창문에 덧댄

비닐이 뜯겨져 나가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교복값을 내지 못한 나의 이름을 호명하고 나서

엄마가 쉬는 일요일에 같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옹졸했던 나는 버스비를 아끼지 않은 엄마의 야속함을

재빠르게 굴러가는 버스 바퀴살에 집어넣어 골탕을 먹였다.

 

시내에 도착하고 엄마는 평소 다니는 시장길이 아닌

버스 정류장 건너편 금은방으로 곧장 들어갔다.

엄마는 주머니에서 금반지를 꺼내 금은방 주인에게 무심히 건넸고

그 상황이 몹시 부끄러웠던 나는 가게 밖을 응시한 채

벽시계 바늘을 힘겹게 돌리는 엄마의 숨찬 소리를 들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나는

재빠르게 굴러가는 버스 바퀴 안에서

나의 여린 눈물과 나의 확고한 다짐이 서로 부딪히며

엄마의 빈 손가락에 꼭 맞는 반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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