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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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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61회 작성일 18-06-03 01:06

본문

산책길 벤치

세 시간 반 정도 걸어야 하는 산책길 중간
뙤약볕에 홀로 주저앉아있는 늙은 벤치
누구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가?

네 다리 위에 앙상히 널려있는 갈비뼈들

그 앞 젊은 고추잠자리 오가나
그 벤치에 앉을 의도가 없어 보인다

지친 나의 두 다리
잠자리 같은 내 맘을 돌리려 해도
난 그 앙상한 벤치에 식욕을 잃고 외면한다

바람마저 어딘선가 실신했나
뜨거운 태양은 저 벤치의 살점을 뜯고
다 죽어가는 벤치에 앉아 
느끼한 미소로 이빨을 쑤신다

이미 잠자리가 된 나는
지친 내 발들을 날개위에 얹혀놓고

검은 구름아!
실성한 바람아!
넓은 양산을 펼쳐보렴!

아련한 송가를
뼈만 남은 벤치를 위해 불러준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 동동 구르다보면 마치 날개를 버둥거리는 듯
새삼 그 벤치가 부럽다는 생각입니다

그 벤치도 더욱 가벼워지면
언젠간 날아가겟지요
감사합니다

맛살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걷다가 더위에 지친 다리를 위해
벤치에 앉을까 말까 망서리다
머리에 스쳤던 여러가지  생각을
적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울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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