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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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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몰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2회 작성일 17-09-26 11:32

본문

 

소울(빗물)

 

 

 

비에 젖은 머리카락엔 아직도 어둠이 뚝, , 떨어진다.
한잔 더! 라고 손짓을 했을 때 바텐더가
잠시 카페 안의 조명을 조율한다.
눅눅한 피아노 선율을 핥으며 마이크를 불끈 쥔 여가수가
나와 눈빛이 마주친다.
담배연기 사이로 그녀의 눈빛이 젖는다.
내가 담배를 피워 물었을 때
그녀는 다른 사내의 가슴속에서 소울을 속삭인다.
나는 비웃으며 잔속의 축축한 내 우울을 입속에 털어 넣는다.
한잔 더! 라고 손짓 했을 때 바텐더가
나에게 조롱의 미소를 보낸다.
갈라진 긴 치마 사이로 보이는 여가수의 망사 스타킹과
붉은 하이힐은 그녀의 진한 마스카라와 빨간 립스틱과 같다.
여자의 립스틱은 한 남자와 키스를 나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번져 얼룩진 립스틱은 같다.
오늘 이 비는 진한 마스카라가 번져야만 하는 이유다.
불끈 솟은 마이크가 절정을 알린다.
여가수가 마지막 사랑을 입김으로 바른다.
내가 한잔 더! 라고 손짓 했을 때
조명에 비추어진 나의 초상화가 그녀와 이미 키스를 나누고 있다.
바텐더가 고개를 젓는다.
키스를 끝낸 나의 초상화가 먼저 일어나 나를 떠나간다.
카페 문을 나선 나는 흠뻑 내리는 어둠을 맞는다.
빗속을 거닌다.
갈 곳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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