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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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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3회 작성일 18-06-26 10:41

본문

늦은 밤, 온몸 가득 알코올을 채운 뒤 수화기를 든다.
빨리 오라는 친구들의 잔소리를 뿌리치고
후회막심한 010을 누른다.

너의 번호는 알코올에 절여져야 더 잘 생각난다.

공중전화박스에 풍기는
마른 오징어 냄새와 지독한 술 냄새가
내 볼을 더 불그스름하게 한다.

뚜, 뚜, 뚜, 뚜.

큰맘 먹고 누른 너의 번호 앞자리에
난 집에 가야 할지, 안 갈지 보다 큰 딜레마에 빠진다.
너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과는 일단 나는 울게 될 것이다.
네 맘을 돌리기에도, 붙잡기에도 너무나 늦어버렸으니.
다른 점이 있다면..

네게 전화를 걸지 않으면 난 지금 울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네게 전화를 건다면
내일 아침 내 베개는 눈물 범벅이 되겠지.

네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지만 날 미워하는 네 목소리는
들을 자신이 없다.

달이 기울 때까지 애꿎은 소화기만 붙들고 있다가
기다림에 지친 친구들에게 붙잡혀 나는 끌려가버렸다.
그날 생긴 내 별명은 다 큰 녀석이 운다고 '코찔찔이'가 되었다.

 

딜레마/창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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