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꽃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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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06회 작성일 18-07-25 04:13본문
안타까운 꽃의 임종
석촌 정금용
향기 짙어
뜨겁게 바라보았던 꽃이었는데
아무도 모르게 지고 말았다
오고 가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시각
더위를 형벌로 짊어진 비탈에서
그 꽃의 남은 향기를
폐업하는 의사의
처방전에 쓰인 알약처럼 삼켜버렸다
명의들은 왜 진료를 서둘러 그만둘까요
그만큼 질병이 사라진 걸까요
아니면 세상에 의사는 많아
한 명쯤 줄어도 괜찮아 그런 걸까요
지친 당나귀 걸음으로
구름처럼 모여 우는 숲속을 걸어갔습니다
모서리가 까맣게 타버려
볼품없어진 초록색 나무 아래에서 본
바람도 불지 않는
폭염에 찌든 하늘 끝이
왜 저렇게
붉게 핀 배롱꽃처럼 울고 있을까요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분의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않으려는
몸가짐에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멸치 쌈밥집에서 밥상에 반찬을 차려주며 그 비보를 들었습니다.
"작은 돈이나 큰 돈이나 받아 쳐먹었으니까 뒤지지, 노무혀니도
그래 안죽었나"
저는 그 말이 사실인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죠.
"그 분, 좋은 학교 나와서 얼마든지 영화 누리며 살 수 있었는데
우리 같은 약자들 편에 사시느라 그렇게 가난하고 힘겹게
사신 겁니다. 우리는 그 분에게 진 빚이 많은 사람들 입니다."
사실 손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해고 사유가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빚진 것이 없다고 말하는 갑각류랑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말 통하는 친구불러 막걸리나 마셨지요. 친구는 울고,
저는 술을 끊겠다 결심 했는데 끊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보다하며
욕이나 하며 마셨습니다. 그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정치 후원금 단 돈
만원이라도 넣어드릴 것을 했습니다. 저 같은 무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사차원 세계로 가는 이상한 나라의 폴 일당처럼 허느적
거리느라, 미처 그의 그늘을 읽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얼마 얼마, 그랬어요.
고백하면서 다른 놈들은 천문학적으로 해쳐먹는데하며
억울해 하시지도 않고, 담담하게
자신이 지은 죽을 죄를 목숨으로 씻으셨네요.
그가 싸운 삼성가 재벌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국화 꽃 한 송이 들고 그에게로 가야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고 떠들고,
고기 먹고, 애인 만나고 하는 살품경을 보다
비슷한 뜻을 만나니,
상갓집 문 앞에서 마주친듯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시인님 육자배기 외침이
선운사 옆 흐르는 도솔천 물빛처럼 파고듭니다
부디 무지막지한 폭염에
비감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름처럼 모여 우는 숲속,,,,,
문장이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줄지어 울러 온 구름같이 고인 울보들
비통 속에서도 꽃은 피는지
때이른 국화덤이에 하얀 모란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만 일로 세상을 뜬 다는 건 그래도 양심이 맑은 사람도
있다는 증거입니다.
거기 비하면 죽어야 할 사람들, 운동장에 뿌려놓은 들깨씨지요.
정치인들 얼굴 들고 다닐 사람 몇이나 되겠습니까?
들어갈땐 " 한 푼도...." 했다가, 나올때는 "죄송합니다!"
칼든 의사는 무섭지 않으나, 사망선고 내리는 의사는 무섭습니다.
석촌 시인님! 요즘 술을 안 마시는데
오늘은 냉막걸리 한 잔 생각납니다. *^^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폭염에 치여 피시마저 멀리하는 판에
붉은 배롱꽃이 일찍 핀 까닭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프레임에 담긴 백 모란꽃이 대답 대신 미소로 답을 주대요
고맙습니다
석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