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수채화의 탄생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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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18-07-27 09:5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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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수채화의 탄생신화
저년들 스커트 아래 그늘은 얼마나 시원할까
꼭 그 표정이네 여기 카르멘을 두고서 말이야
수상쩍게 훌륭한 묘사가 핑 돌아선다
어느 미래의 시에서 베껴다 쓴 것 같기도 하고
체리빛 폭스바겐 비틀 튠이 스키드 마크를 남긴다
느긋하게 자취를 치우는 태양이나 홀로 감상한다
실컷 혼자 퍼마시고 비우는 강변 포장마차
강 어귀
회전하는 경광등 램프가 날카로웠다
거리거리 즐비하게 늘어선 스르륵 쓱 검은 반달 탓에
저리 외진곳까지 떠밀렸나 보다
범죄란 법 앞에선 단독자랄까 키에르케고르였던가
시간의 한계까지 떠밀고 갈 수 있는
나의 사랑은 얼마나 남았을까
알코올을 오줌발로 비우는데 난데없이
뭔가 뭔지 툭 튀어나오는 싸구려 스킨냄새들
눈깔 깔아라
왠지 옳은 말씀을 짖어대는군요
제 인내심을 자랑질할 기회까지 주시려는지요
저런 목없는 얘들을 위한 언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허영심이 가득한 거짓 낙원을 제공한다
사람은 상상하는 생물
그 시대가 꿈꾸었던 순간적인 빛에 불과한 좋은 시와 같다
역시나 가슴이 진부해보이는 가난한 용대가리 문신들
실시간으로 썰어댄 목덜미 동맥 몇 줄
더부룩한 누군가의 주문을 빨갛게 그어 주었을 뿐이다
틀렸다 이 새끼들아
한강 고수부지 공터에서 발견된
조폭 싸움질 뉴스로 풀어지겠구나 싶은 밤
이런 고마우신 은혜라도 입지 않고서는 대책없이 죽을 수도 없는 놈팽이들
그들의 측은한 시선이 검붉게 감기고 있다
뭐 악소리 비명이라도 잠깐 선물해주지 않았다고 섭섭한 건 아니겠지들
툭툭 출렁거리는 턱을 걷어차 보는 양가죽
수제구두 뒷축에 턱턱걸리는 이빨소리가 경쾌하다
몰래 속삭이던 가출은 늘 어둠이었을 것이고
별 몇 개 주워담고 거들먹거렸을 것이다 그것도
위계질서가 까마득한 이런 밑바닥에서 뭔지도 모를 결핍감을 끌어안고서 말이지
철광석이 뽑힌 슬래그 더미 같이 피가 뽑힌 이 거대한 묻지마 해골통 도시
나 같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가닿는 감동까지도 조작된 것임을 꿰뚫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지
죄도 이렇게 팔팔하게 힘날때나 지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러려니 시제만 보고 넘어가는 노친네들 시처럼 시체를 넘겨본다
더 이상 법정 망치질에 두들겨맞아 빵에 박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리 간단하게 그어져 사라지게 해 준 나에게
감사 인사 정도는 해주고 가야 하지 않겠나들
예의가 영 꽝이군
모니터 회색빛 픽셀처럼 보이는 밤안개 속에
나를 주문한 녀석은 누굴까 하는 불안이 계속 뛰어다녔다
이러다 새벽에 가닿는 건 아닌지
길고양이 하얀 이빨에 덜렁거리는
까마귀 까만 목덜미
밤길을 서두르는 따각따각 하이힐 속도로 먹어치운다
어둠도 아파트 소음벽처럼 서 있다
눈감은 세상
잡동사니 검은 깃털 몇 가닥
깊숙이 덮어주고 가시는 고마우신 물안개님
시간은 계속 떠날 것을 재촉하고 있었다
현관 혈관에 고인 차가운 시선이 그어져 있다
그럼 이 쪽은 아니군 하는
안도의 한숨은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자기는 카르멘 말고
진짜 내 이름이 궁금하지도 않아
그때 차용증을 써 달라
그럴 줄 알았는데
엊그제였나 엊그제란 어감이 좋아
지나간 시간은 모두가 그냥 엊그제일뿐이다
내 목숨이 달랑거리게 생겼어
이 도시에 내가 어느 정도
내진 설계를 갖췄나 떠보는 것으로 해석했을 뿐
얼마나 되는데요
누구나 자기 언어로 알아듣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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