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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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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울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회 작성일 18-07-28 10:51

본문

나로호


                            이울민

네 번짼가 다섯 번짼가

이제는 세는 것도 무의미하다

처음엔 시든 꽃잎이 흙으로 돌아가듯 너는 그 자리서 떨어졌다

공장서 재련되는 쇠판 따라 손가락도 달궈지더니

목장갑보다 믿을만한 굳은살 되어 튼튼한 발사대는 만들어줬다

하늘이 아니라 입으로 발사되길 바란다

불이 붙는 쪽만 봐도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부분을 봐도

날아가는 방향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매번 손끝에서 궤도만 잡다가 연료 부족으로 떨어져나가는 너를

맨솔의 강도가 짙을수록 더 멀리 더 길게 오류덩어리로써 너는 팅겨졌다

그럴싸한 발사체로 나로호는 세 번 만에 하늘로 올랐다

4500짜리 예산으로 거기까지 바라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사각 창고에

남은 예비용 발사체는 19

그저 입안에 하얀 화약을 가득 퍼트려주기만 하면 되었다

불이 붙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다른 기능은 없고 내려갈 때 필요할 낙하산은 더더욱 없었다

또 하나를 점화한다

허용 선까지 불이 스스로를 다 태우고 나면 너는 또

니코틴 부족이란 개소리를 지껄이며 탄피처럼 바닥을 구르겠지

건성으로 날아가다 장렬하게 꺼지는 네가 싫었다.

저예산에 모순된 끈기 가득한 연기로 연명하는 네가 부질없었다

하루하루 들끓는 피로로 산성을 띤 침은 가래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는 게 너의 불운한 미래라면

그걸 저지하겠다는 명목 하에

내 기꺼이 또 한 발의 가래를 뱉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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