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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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내리는 눈 / 배월선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꼭두새벽부터 눈길을 걸어 나간 적이 있다
어디에도 간직할 건 없는 것일까?
단숨에 써내려가는 것처럼 눈은 내리고, 내리고,
시퍼런 눈길을 걸어 나가
발자국 남기는 것에 목숨 하나 거는 일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지에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치우고, 지울 것이다
가슴에 내리는 눈은 어떻게든 쓸어내리기 서늘한 법인데
눈은 너무 쉽게 내린다
다시 일기를 쓴다 해도, 마음에 들기는 쉽지 않다
어느날엔가, 또 눈은 한 번에 내릴 것이다
지상은 질척거리고 바람은 냉기를 몰고 와서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간다
미끄러질 듯 미끄러질 듯
눈이 온 뒤론 한 며칠 속이 문드러진다
밤사이 내리는 눈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덮어놓고 덮으려했는가
모든 이룬 것들은 허상의 발자국
하얗게 덮고 덮는 사이
눈이 그친다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아직 그치면 곤란해요.
이렇게 더운데 그치지 말고 계속 눈 내리게 쓰면 안 될까요?
플리이즈 배월선 시인님.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이장희님의 댓글

오랜만에 가슴 설레이는 마음으로 감상합나다.
시인님 시를 감상하다보면 꼭 내가 10대로 돌아간 느낌 입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배월선 시인님.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