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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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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18-08-11 15:30

본문

들판의 바람


- 박종영


바람의 흔적은 나무의 흔들림으로 안다
거칠 것 없는 들판은 속속들이 피곤한
바람을 쉬게 하는 안식처다.


바람이 불기를 멈추고 의무를 다하였을 때,
자유를 외치며 풀과 꽃들을 향하여
번식의 입맞춤으로 춤을 추게 한다.


산과 바다 험난한 길을 돌아
바람과 비, 처절한 천둥소리 앞세워
드넓은 평원을 지나 세상의 더러움을 몰아내기도 한다.


연약한 것들은 강하게
강한 것들은 얌전하게 길들이며
갖가지 잉태를 위해 교접의 신방을 차려주는 묘약이다.


바람의 얼굴을 호명해 본다
시골 장날 양반 갓 날리게 하는 하늬바람,
갯벌 농게 눈 감추게 하는 샛바람,
혼사 날 받아놓은 노처녀 치마 들치는 마파람,
연인의 가슴에 손을 넣게 하는 된바람,


새로운 바람의 이름들이 
바람의 꼬리를 잡으러 달려가는 기운으로 바람이 분다.


바람의 표정에는 웃음이 없다
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의 주인은 오직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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