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2]적막 속의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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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79회 작성일 18-08-16 17:17본문
적막 속의 은율 / 스펙트럼
사람들은 그곳을 달의 뒷면이라 기록한다.
검정 개가 그 사람의 목줄을 잡고 걸어간다.
검정 개의 네 개의 발아래서
무수한 길들이 생기고 사라지며, 사람들은
각자의 풍선에 그들의 생각을 불어 넣으며
두 손에는 펄럭이는 붉은 심장을 들고 있다.
검정 개가 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는 동안
그 남자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 어제 날개가 큰 새가 어깨 위에 앉더군.’
하루에 딱 한 번 ,
서늘한 담쟁이덩굴의 문이 열리는 순간
검정 개는 유리 조각이 꽂힌 복도를 지나
뿌리 없는 고목을 만나러 간다.
방, 열린 문틈 사이로
고목은 거칠게 그를 낚아채듯 끌고가고
피로 물든 그림자만이 문밖을 지킨다.
마주 앉은 고목이
말없이 탁자 위에 종이와 펜을 들이민다.
머리 위에는
1분에 10도씩 온도가 오르는 행성이 그네를 타고
키보드가 둔탁한 목소리로 유언장을 낭독한다.
검은 시간은 서둘러 행간에 밀가루를 뿌리며
한 편의 살인 소설을 자살로 마감처리하면
애도의 검은 혓바닥이 눈꺼풀을 핥아준다.
고목의 헛기침 소리만큼
짧고 딱딱한 묵념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몇몇 사람들은 1000도의 침묵을 말없이 삼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가 지나가면, 저녁녘
쇠창살 사이에 차갑게 부서져 내리는 달빛이
음표들을 하나둘 창틀 사이에 걸어 놓고
풀벌레들이 날개를 비벼대며 선율들을 만든다.
음표들이 내려와 차례로 선율 위에 앉으면
육중한 곡이 된 곡소리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음악이 심장에 울려퍼지면
그는 말없이 안식처에 몸을 눕히고
굳은 두 다리를 편 채 깊은 동면에 들어간다.
동공을 갉아 먹는 필라멘트만이 어둠을 밝히는
그곳을, 사람들은 달의 앞면이라 기록한다.
댓글목록
구름뜰데님의 댓글
구름뜰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표들이 내려와 선율이 되어 육중한 곡이 흐르고
음악을 들으며 깊은 동면에 들어간다.
달의 앞면 이라 기록한다.
달빛 소나타 같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 음악 들으며 무더위를 탈출하는 방법도
좋을 듯 합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구름뜰데님,
제 글을 그렇게 읽어주시는 것도 좋을 듯 하군요,
무릇 글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는요^^
좋은 저녁됫세요!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바지 여름을 잠재울만한
서늘한 서술이네요~~
복면에 가려 보일듯 말듯한 이미지들이 긴장을 주고있네요,
1000도의 침묵은 화장을 말하나요,.
암튼 스펙트럼님 만의 그것이,,
다시 눈을 뜨는 느낌입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예~, 바람이 제법 서늘 하네예, 올 가을에 좋은 시집 한 권 내이소~!
지는 , 아무것도 모르지만도 feel 이란게 있다 아닙니까,
기대 하겠어예~!
건강 하이소,
그리고 늘 고맙습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