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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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상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0회 작성일 18-08-23 02:50본문
5만원 상품권
밥과 김치와 라면으로 버틴 지 4일 째 우유 먹고 싶다 빵 먹고 싶다 고기 먹고 싶다 라는 생각도 이제는 더 이상 나지 않아 그저 멍하니 책상위에 놓인 지갑을 바라본다
저 지갑에는 아무것도 없어 별 효력 없는 신분증 뿐 꽉 다물 힘도 없이 축 처져 있는 입만이 축 늘어져 있을 뿐
저번에 썼던 ‘지갑탐색’이라는 시에서 나는 지갑에서 털어 나오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깊게 자리 잡았던
알맹이들에게서 찾고선 기뻐했었는데……
엄마 아빠는 뭐하고 계실까 형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겠지 어제 통화했을 때 엄마가
형이 무슨 상품권으로 엄마한테 신발 사줬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형? 상품권??
아 그래!
형이 작년에 내게 주었던 5만원 상품권
친구들에게 한 턱 내기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결국
근처 식당을 찾지 못해 다시 넣어두었던 그
5만원 상품권이 아직 내게 있을거라고!
나는 지갑을 잽싸게 잡아 벌려 종이 하나를 꺼내 펼쳐본다. 있다 있어!
50,000원 상품권이 계곡 속 자그마한 조약돌처럼
빛을 바래서 더 아름다운 어느 창고의 골동품처럼 신선한 모습으로
찬란하게 눈을 비춘다.
좋아! 좋아! 주체 못할 기쁨이 하늘로 날아가고
내 생각은 그 위에서
이걸로 다음 용돈이 들어올 때까지 꽤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거라며
기쁨을 더 더 높이 띄운다.
휴대폰을 꺼내 근처 마트를 검색해본다.
여기서 2km정도 떨어진 곳에서 이 상품권을 쓸 수 있어
나는 얼른 상품권을 빼서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타고
마트를 향해 돌진한다. 이파리들과 달빛과 바람이 내 기쁨에 기다란 자취를
잡고서 점점 가늘어지며 쫓아온다.
짜장라면 큰 봉지 하나, 매운라면 큰 봉지 하나, 계란 2판, 햄 5캔, 우유와 빵을 사고
잔돈은 가지고 있다가 더울 때 아이스크림도 하나 씩 사 먹고
곧 놀러온다던 동생에게 국밥 한 그릇 사주는 거야
왼쪽 바지주머니가 후르르 스쳐가는 설렘의 공기에 몸을 붉히고
즐비한 상가 뒤 멀리서부터 드러나는 커다란 마트와 교신을 하는지
마트는 내게 어서오라라는 듯 번쩍번쩍 불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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