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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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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1회 작성일 18-08-23 09:30

본문

`

 

                                           나를 위한 레퀴엠




굳어가는 콘크리트 침묵이 누웠다면

신발 도장을 꼭 찍어댈 여자가

털실 뭉치 같이

동그랗게 졸음을 굴리고

기울어지는 그림자를 내 어깨에 누인다

클래식 스피커 위에 흐르는 오후

선선해진 커튼 사이로

어떤 점잖지 못한 투명함을 엿보듯

비발디의 가을 음표 몇 줄 바람에 날리고

그냥 눈웃음을 참는데

나는 눈물처럼 입술을 깨문다

기우는 햇살이 쌓이는 숨결마다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끝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미소 한 줄 수줍은 손을 흔들 것 같았다

어느 여름 첫 데이트처럼

멀어지는 메아리의 희미한 기억 속으로

한 여자가 걸어간다

이 가을은

저녁을 접은 작은 참새의 눈망울처럼

까맣게 눈부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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