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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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상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7회 작성일 18-08-27 13:14본문
지렁이
비가오자 저는 젖은 흙을 뚫고 조용히 숨을 쉬었습니다.
빗물과 함께 높은 하늘의 뚝뚝 떨어지는 공기를 마시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입니다. 넘쳐나는 풍요로움 속도 가끔은
숨이 턱 막혀오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어떨 때는
흙으로 굳어진 나무를 찾기도 했었습니다. 그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오늘처럼 조용히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쉬고 싶었습니다.
나무의 흙이 제 입 속에서 다 사그라질 때 나무는 꽃을 피우고
저는 번데기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퍼슬퍼슬한 바람이 불어올 때
저는 새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고 합니다.
좀 더 몸을 빼고 돌 턱 위로 올라가봅니다. 딱딱한 감촉에 제 몸은 더 물렁해져갑니다.
공기방울이 폭 튕겨져 몸에 스며듭니다. 환절環節이 부풀어 오릅니다.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나 봅니다. 몇 번째 지렁이인지 모르겠지만 저와는 다른
지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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