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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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544회 작성일 18-09-02 15:00본문
어떤 소망 / 스펙트럼
여명에 저항하는 샛별의 두 팔이 욱신거릴 즈음
한 삶이 용병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얼룩진 모자를 꾹 눌러쓴 채
신분증이 된 남루한 잡랑을 어깨에 메고
새벽의 배를 가르는 첫차에 몸을 싣는다.
아침 이슬을 짓밟고 달리는 버스속 군상들은
말없이, 속도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저마다 돌덩어리 하나씩 가슴에 품고
멈추라고 눈짓하는 정거장마다
표정 없는 몸으로 바통을 터치한다.
새벽 인력시장 안에서는
형체도 없는 회사가 만들어지고
용병들은 회사가 주는 주식을 받아들고
순번대로 자신의 주식과 하루를 흥정한 후
차례차례 제 갈 길 찾아 떠난다.
하루를 사지 못한 용병들이 모여서서
드럼통 장작불에 차가운 몸을 녹이는 동안
새벽안개가 그들에게 선지 한 덩이를 내뱉는다.
안개와 함께 유령주식회사도 사라져 버리면
희망이란 이방인들이 주변 정리를 시작하고
잡랑을 메고 돌아서는 용병의 귓속에서
진 저녁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근대던 아내의 숨소리가 일순간 사라진다.
오늘을 빼앗긴 용병의 눈 속에서
황폐한 벌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면
굶주린 꿩 한 마리 시간 속에 머리를 처박고
뻥뚫린 가슴 속에서는
지켜야 할 약속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그는 오늘도 장대 끝에 왼발로 서서
양손에 아이와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며 처절하게
위태로운 곡예를 하고 있다.
장대 끝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손목에서 굵은 덩굴이 한 뼘씩 자라난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위태로운 곡예를 하듯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돌아보게 하는
늘 따스한 메세지를 가지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잘 읽었습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라리베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요즘 일이 많다보니 자주 들리지 못하는데
라라리베님은 자주 들르셔서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평온한 밤 되세요~^^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약속뿐이 아니로군요
벌판의 한 켠이
생의 한 페이지가 위태로워보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석촌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네, 그렇더군요!
상담손님중에 일용직 근로자 한 분이 계셨는데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두렵다고 하더군요
공치는 날이면 하루가 일년같다더군요
전 정치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일자리 안정정책이 시급하단 생각을 한다는요.
그래야 가정도 행복도 지킬수 있다는 생각에 몇자 적어 봤습니다.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 놓고 가주시니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요^^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담 일을 하시나 보네요,
매력있는 일 같습니다.
이 시는 좋긴 하지만, 한 편으론
비유보다,풍경의 날것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묘사 중심으로 풀어내면
더 생동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바쁘시더라도 늘 건강 잘 챙기시고,
틈틈히 시도 놓지 않는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의 말씀처럼 한 번 고쳐 보겠어예~,
지가 실력이 없어 더 망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예~,
늘 관신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데이~,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자주 들르도록 노력하겠어요.
사실 요즘 파업중이라서
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파업시 노사를 조정하는 일이기도 하여서
쪼매 정신이 없어요, 소드 문인님의 조언에 따라서 단어를 좀 다듬어 봤어요
들러주셔서 도움이 되는 말씀 놓고가셔서 정말로 고맙Day`!.
좋은 하루 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