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 > 창작시의 향기

뭄

  활연




 거꾸로 누워서 보면 더 잘 보인다 선명한 눈 맑은 코 젖은 앙다문 입술

 가만히 손을 밀어 넣으면 신의 설치미술이 만져진다 수세미 같은 돌기 자지를 핥아주는 종족의 나팔소리

 흰 피를 흘리는 계곡을 걸으면 육징의 눈알이 벌게진다 입구와 출구가 혼동되는 신의 수작

 거꾸로 엎드리면 태도가 선명해진다 오래전 풍금소리가 궁금해져 고전을 뒤적거리듯이

 아귀가 입을 벌리면 불온이 겸손해진다 서로의 성기를 물고 아교를 흘리면 교양이 친절해진다

  시를 적으려고 입술을 핥으면 가만히 핵분열하는 감각 음핵은 신이 묶어둔 매듭이었다

 핵심은 맨홀이 아니라 맨틀이라 생각하는 밤 삶의 질을 개선하는 건 태도가 아니라 자세

 그러니까 팔할은 노비였고 나머지 정신을 싸매고 육덕을 읊었다

 아래로 입을 아아아 벌리고 있으면 몸의 내륙이 흘린 하얀 피가 입술에 묻는다 정신의 뼈가 일제히 기립한다

 좆이 서는 건 그다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