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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시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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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9회 작성일 18-09-10 16:21

본문

낡은 시집처럼

                    나싱그리


잘 나가기로는
쭉쭉 솟구친 낙엽송 그런 목재를
찾겠지만


언제부턴가
소나무도 조경수로 값을 친다


몇 년 전에 덩치 큰
소나무 몇 그루
어디 출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동네로 타의로 끌려와선
아파트 정문 앞에서
시름시름 앓더니만


이젠 정력도 다하고 마른 몸만
덩그러이 서 있다
 
그 소나무를
지나던 사람들은 죽었다고 불렀다


이제 하자보수소송이 끝나면
얼마 가지 않아 여론에 떠밀려
그 병든 소나무는 뿌리 뽑힐 게다,
 
쓸모 없다는 이유로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마치 비밀창고에 버려둬
더 이상 찾지 않는,

낡아 누렇게 뜬 시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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