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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가 죽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70회 작성일 18-09-18 06:48

본문

 

초이스가 죽다.

 

 

 

수명이 다 해가는 나의 개(초이스),

그가 시선을 고정하고 바람과 빛이 만나는

굴절 되는 지점을 열심히 쫒고 있다.

며칠 째 먹이도 먹지 않고

한 곳으로만 자리를 틀고

그가 마침내 들어 갈 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투명인간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단다.

엄마의 슬픈 눈동자에 비친

바람에 밀려나는 커튼이 보인다.

엄마, 그럼 저 커튼은 누가 만지고 있는 건가요.

저 커튼을 만지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란다.

 

바람이 커튼을 흔든다.

초이스가 비로소 오랫동안 지키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누군가 왔는지 꼬리도 흔든다.

초이스가 아껴두었던 마지막 힘이다.

초이스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때 따스한 바람이 나의 뺨을 스치고 간다.

죽은 엄마의 손이다.

엄마!

나의 두 볼에 흐르던 눈물이 바람에 쓸려 날리고

눈물이 사라진 자리에 따스한 바람이 스치고 간다.

 

커튼이 움직임을 멈추자

초이스는 서둘러 제 주인을 따라 떠났다.

.

댓글목록

나싱그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알 듯 모를 듯 묘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네요.
무의식의 흐름을 더듬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잘 감상하고 갑니다, 삼생이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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