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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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46회 작성일 18-09-30 11:15본문
빈잔 /추영탑
가득 채운 잔을 부딪치는 우리 틈에
그의 빈잔이 끼어든다
불청객으로 다가온 그의 잔에 불빛 가득 따를 때
‘禁酒’라고 쓴 플래카드 한 장이 펄럭인다
채울수 없거나 채워지지 못하는 것들이
왠지 슬퍼 보이는 순간이 있다
빈잔 들고 허공을 밀어 올리는 그의 손목이
연줄을 당기는 것처럼 팽팽해 보이는데
웃는 그를 술친구로 받아들이는 건
그에 대한 우리들의 파격적인 예우다
인생의 절반쯤은 슬쩍 숨기고 싶어지는
그의 이력이 숨겨져 있는 빈잔
언제나 채울 수 있고 언제나 비울 수 있는
잔 하나가 그의 손에서 허방을 짚는다
한 잔의 술이 잠시 쉬어가는 흔적을
남겨도 좋을 빈잔 위로
술을 외면하는
그의 눈빛이 가을빛처럼 쓸쓸한데
그의 빈잔에 살며시 낙엽을 채워주며
눕는 계절이 있다
빈잔을 마시고 머리 위에 거꾸로 세워
탈탈 터는 시늉을 하는
그가 웃으며 내 빈잔에 술을 채워준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쨌거나 그쪽 빈 잔에 술은 채워졌군요 , 결국
금주라 플래카드까지 팔랑거리는데
태반을 숨기고 싶어지는
쓸쓸하게 비어지는 가을이 >>> 준령을 타고 각시각 내려섭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비벼졌지요.
술 안 마신지 거의 4개월이 되어갑니다.(고관절 수술후...)
아니, 딱 4개월 째네요.
2- 2=0 이주량이 되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지요?
두 잔의 정령은 회복해야겠지요? ㅎㅎ
언젠가는 그 희망이 이루어 질 겁니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