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6] 바람의 존재 > 창작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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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존재

도골

바람이 바람을 피운다

창문에게 따져묻고 나무를 나무라고

치마를 들추고 처마를 벗기고

바다 바닥의 무지를 일깨우고

정나미 없는 산을 눈물 나게 만들고

허한 바람을 실한 바람으로 가르치고

자본의 얼굴과 날개를 이간질하고

빛대궁까지 흔들어 암흑천지를 만든다

무언의 바람은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삶의 현장을 조율하기 위해

쉽게 드러내지 않는 몸을 보인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욕심덩어리를 이용하여

건재함을 알린다

세상의 알력이 극에 달할 시는

나선형으로 춤추며 삼켜버린다

바람의 바람은 오직 바람

그러한 그가

화가 끝까지 치밀었을 땐

왜 고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