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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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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3회 작성일 18-10-16 10:20

본문

시인의 착각

 

- 비수 1



 

날개 없는 짐승이 날개를 달고 싶은 건

당연한 욕심이겠지

결코 그건, 코 터진 그물 같은

허망일 뿐

 

설령, 하늘이 도와 날개를 달았다 치자

날다 날다 지치면 어차피 중력에 붙들려 마침내 추락할 몸뚱아린 즉

눈이 감기면 베토벤처럼 살다 귀가 잘리면 고흐처럼 죽지 못해

살다 살다 설령, 손과 발이 잘리더라도

뱀처럼 꿈틀거려야겠지

아가리만 벌리고 있어도 시를 씹기엔 충분할 테니까

시만 읊어도 허기를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만약, 그 허기마저 달래지 못한다면

근친 같은 동음의 屍를 품고 탈고하면 그만이겠지

물론, 비릿한 체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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