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여름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9회 작성일 18-11-02 00:02

본문





한밤 중 원두막에 비린 풋콩냄새 떠돈다. 달빛보다 어둠이 더 소란한 밤이었다.

차곡차곡 두텁게 쌓인 어둠의 퇴적층 속

원두막 하나 질식하고 있었다.

외밭에서 오이들 일어서거나 벌거벗은 몸 길게 뻗고 있었다.

달빛을 두렵게 하는 것은, 오이들 우툴두툴한 퍼런 이빨이었다.


오랑캐꽃 멀리 돌아눕는 소리.

누워도 감은 눈으로 

외발 너머 졸졸 개울물 소리.

그 너머 벌판에는, 

엎드린 채 죽어 버린 몸뚱이들 배가 가스로 부풀어 터지는 소리. 


펑 !

펑 !

펑 !


먼 산 모롱이 빽빽한 적송숲 달밤 도와 험준 고개 넘노라면

고개 하나마다 

이 드러낸 호랑이며 살쾡이며 늑대가 떼 지어 마중 나왔다는 전설 대신에,


산더미 되어 그 속에서 헤어진 팔 다리 조각조각 짜맞추느라 

그리운 얼굴도 낯선 얼굴도 한 데 섞여 빨갛게 부풀어 올라 다시 파란 솜털 세우고 일그러진 미소 사방으로 홀씨처럼 날린다는.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나 또한 숨 죽여 귀 기울이고 있었다. 

벌판 가득 넘실거리는 팡이꽃들 위로 

붉은 팔 다리 조각들 달빛 속에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가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있다 다시 보아도 

누구 하나 자세 바꾸지 않았다.


비린 풋콩 냄새 때문인지 여름밤은 유달리 적막했다.






                      ** 학생 시절 선생님이 해 주셨던 육이오경험담을 시로 써 보았습니다. 원두막에 앉아 있으면 

                      전쟁으로 죽은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 시체들 배가 가스로 부풀어 펑하고 터지는 소리 들려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읍내로 가려면 시체들이 쌓여 있는 길을 지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시체는 안 무섭고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무서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댓글목록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선생님의 그 떨리던 목소리는 기억합니다. 수십년은 지난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시더군요. 죽음의 그로테스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정도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Total 34,767건 169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007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11-22
23006 은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1 10-31
23005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0-31
23004 MrHw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1-08
23003 유욱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12-01
23002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12-01
23001 토문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11-01
23000 브르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11-01
22999 본죠비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01
22998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12-29
22997
신년에 4 댓글+ 1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12-29
22996
겨울색 댓글+ 3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2-29
22995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 12-29
22994
단골과 손님 댓글+ 8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1-01
22993
美人圖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1-01
22992
생일 선물 댓글+ 6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2-17
22991 도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11-01
22990
가을 산 그늘 댓글+ 6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11-01
22989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 11-01
2298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11-01
22987
고니 한 무리 댓글+ 6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11-01
22986
별리, 후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11-01
22985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11-01
22984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11-17
22983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1-02
22982 은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1-01
22981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1-01
22980 安熙善3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11-01
22979
바람의 나라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11-18
22978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16
2297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06-09
22976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10-04
22975 호남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1-01
22974 형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1-03
22973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11-01
22972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01
22971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11-07
22970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11-01
2296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11-01
22968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11-01
열람중
여름밤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1-02
22966
푸른 감 댓글+ 1
본죠비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1-02
2296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11-15
22964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11-02
22963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11-28
22962
가을앓이 댓글+ 2
도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11-02
22961
도시의 밤 댓글+ 8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1-16
22960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1-02
22959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02
22958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12-17
22957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1-02
22956 목조주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11-02
22955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11-02
2295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11-02
2295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11-02
22952 본죠비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11-03
2295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11-03
22950 安熙善3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11-03
2294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1-03
22948
통영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11-04
22947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1-03
22946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11-03
2294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11-03
22944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11-03
22943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11-03
22942
낙엽과의 이별 댓글+ 12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1-03
22941 도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11-03
22940 선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10-11
22939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1-03
22938 도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1-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