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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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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0회 작성일 18-11-21 00:02

본문






포도나무 줄기 아래 사람들이 왔다.

 

시큼한 즙. 묽은 보랏빛. 하늘과 그늘이 품고 고이 숙성시켰던 그 시어들.

 

포도를 씹어먹듯이, 푸른 언어 속에서 성하盛夏를 한껏 숨쉬다 갔다. 하나 둘 불타는 풍경 속으로 스러져 갔다.

 

나 혼자 남아, 포도나무 이파리를 파랗게 시쳐 햇빛에 널었다. 정적에 유혹당하는 이파리가 몹시 부들거렸다.

 

포도나무 핏줄이 나의 핏줄이 되었다. 포도즙이 내 혈관 속으로 흘러든다. 내 불안도 몇 마디 상큼한 시어로 치환되는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이파리들을 포도나무 줄기 위에 덧붙였다. 더 싱싱하고 더 치열하길 바라면서. 씻어낸 옛이파리들도 유난히 번뜩였다.


나는 엿들었다, 몇 마디 푸른 잎의 고백.

시가 동그랗게 보랏빛 태양으로 응집하고 있는 그늘 아래에서.

 

포도알은 그대 빨간 입술 사이에서 으깨진다. 그대여, 부끄럽게 달콤한 시취屍臭로 이 포도나무 줄기 아래로 오라. 나는, 오늘도 새 이파리들을 포도나무 줄기 위에 덧붙이고 있는 것이니. 오늘도 덧붙여지고 있는 이 피로 쓴 편지, 그대여, 편지 속으로 오라. 내 핏속으로 뜨겁게 들어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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