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간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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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8회 작성일 18-11-21 11:04본문
삶, 간과 맛
따뜻한 봄날 무르익던 꿈
꽃들도 뒤질세라 화사한 눈망울
어느새 활짝 핀 노란 수선화
순수한 미소가 너무 좋아
아내의 머리에 살짝 꽂아 주던 기억
파란 잎새마다 예쁘게 빨간 등(燈)을 내건
앙증스러운 앵두 볼에 정신이 쑥!
나도 모르게 입맞춤하려는 순간
아내의 시샘에 머쓱 해지기도 했었지,
연일 30도를 웃도는 지난여름
동네 앞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
최첨단 에어컨도 명함을 못 내밀
시원한 그늘 한낮에 더위를 무색하게 했고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고택 뜰앞에 늘어선 배롱나무꽃
옛 선비 고고한 사랑에 숨결로
천년을 곱게 품은 기개를 펼쳤었지
계절은 어느 날 한풀 꺾여
빗속에 차갑게 떨어진 배롱나무
비바람에 혼절해 뜰 아래 뒹굴며
한해의 예쁜 절개를 사라지듯 마감했었고
가을빛에 더 붉게 유혹하던 연시
아내의 볼과 비교하다 잠시 외면
거친 피부에 번져있는 검버섯
표고버섯처럼 피어 그동안 고통을,
아직도 조그마한 오두막집
미처 털지 못해 콩깍지 터지는 소리
가족들 내년을 기약, 떠날 준비를
그렇게 아름다운 날 들은 멀어져 간다
지붕에 버려진 듯 티브이 안테나
원망스러운 눈빛이어서
텅 빈 가슴 자꾸 넓어만 보이는 데
겨우내 부여해 줄 임무도 없이
속절없이 추위 속에 떨어야 하는,
바람을 가르는 차가운 원형은
그러나 세상에 온갖 삶의 간과 맛을 음미하고.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은 또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갑니다.
기개 꺾인 한 삶은 냉소적으로 스쳐가고, 이제는 찬바람만
지나간 날을 쓸어내고 있네요.
이제 서울로 돌아가시나요? 내내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부인께도...
감사합니다. 오늘은 퍽 춥네요. 금방 눈이라도 내릴 듯... *^^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 일산 집으로 돌아 오려 합니다
내년 봄에나 그곳 텃밭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 입니다.
늘 마음 열어 주셔서 삶에 활력소가 됩니다
추위에 평안한 일상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