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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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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6회 작성일 18-12-01 00:04

본문




 

 

 

 

내가 처음 그곳을 찾아간 날, 담장 곁에 선 사철나무 잎이 쏘아보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순연한 붉은 빛깔 안으로 검은 어둠이 침식해가는 빛의 지층이었다. 그 지층을 따라, 살을 에는 바람이 가장 앞장서서 달려왔다. 세포 단위의 타락.

 

단풍나무 가지 높은 곳에 누렇게 뜬 이파리가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내 폐 속 염증이 안구까지 올라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봄 여름 가을 너는 뜨겁게 사랑받았어. 너는 아마 몰랐겠지만." 나는 단풍잎에게 말을 걸었다. 저 높이까지 닿을 조용한 어조로. 단풍잎은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다음날 그 자리에 일부러 가 보았다. 빨간 사철나무잎은 독약을 마시고 도취한 얼굴처럼 불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단풍잎은 어제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멎어있을 뿐이었다.

 

"너는 정말 뜨겁게 사랑받았어. 네가 윤기 도는 청록빛이었던 시절, 네 그림자를 따라가며 누군가 각혈한 피웅덩이가 있었다. 너는 알았니?" 단풍잎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정지해 있었다. 나는 혹시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도 들려오지 않을까 귀기울여 보았다. 미이라같은 가지 위로 낮은 구름 일어날 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날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폐의 모양을 한, 붉게 부풀어오르는 방안에서. 창밖으로 겨울바람 바라보았다. 푸른빛이 제압한 희미한 거리를 겨울바람이 여기저기 베인 자국 내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음날 그 자리로 가 보니 단풍잎은 그대로였다. 단풍잎은 사납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에도 미동조차 않고 조용히 거기 있었다.

 

"네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나는 각혈하듯 그 말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몇걸음 걷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저 단풍잎을 바라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저 단풍잎이 내 눈을 빌어 나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처음부터 내내. 저 높은 데서. 내가 피 흘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폐를 빌어 단풍잎이 피를 흘려왔다는 것을.

 

한참 걸어와서 뒤 돌아보니 담장 곁 사철나무는 검게 변해있었다. 단풍나무는 서서히 가라앉으며 마른 잎들이 천천히 익사하고 있었다. 나는 끝내 내 눈과 폐를 나로부터 되찾지 못했던 것이다.

 

내 안과 바깥 그 어디로부터도 아무 소리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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