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 취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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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夢中) 취흥 /추영탑
어느 날 낯선 꿈속에서
밥 대신 술, 술 대신 분위기라며
주석궁(酒席宮)이라면 다 좋다는
술 뒤에서 한 꿈속의 술 약속
쓰디쓰다고 얼굴 찡그리며 마셔도 가장 황홀했던
여운으로, 인생을 깨뜨리면 무엇이 될까를
골몰히 모의하던 날도 있었지만
계절의 낯빛이 밝아져 생각 털어 술 만나러 나서고
싶은 이런 날이면
좋은 볕 골라 두툼한 돗자리라도 하나 펴보고
싶어지는데
과거를 들이대는 싱싱한 활착의
시간들이 취흥의 부재를 깨운다
안주 한 점에 술 한 잔의 호기는 잊었지만
술 마시는 일을 눈으로 거드는 일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지느러미가 날개였던 어느 어족의 맨살이
파도의 호연지기도 데려다 주는 몽중 취흥
덜 마시고도 더 취할 줄 알라는,
주신이 남긴 주사(酒邪)를 삭제한 잠언
묵언의 경전 한 마디에 퍼뜩 잠이 깬다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몽중취흥이라구요
어제 이것저것 정리하다 적포도주 한병을 깨뜨리고 말았네요
갑자기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이
꿈속에서 내 포도주 하고 찾을것 같습니다 ......ㅎㅎㅎ
추영탑님의 댓글

아까워라.
비쌀 텐데...!
그 술안 깨트렸더라면
돗자리 펴놓고 기다려도 될 뻔했습니다. ㅎㅎ *^^
두무지님의 댓글

제목만 읽어도 풍류를 느낍니다
술은 파전 한장에
막걸리 한 사발이 최고인듯 싶습니다
적당히 마시고 취했을 때 일어서는 지혜,
취중몽사보다 몇배 값진 것 같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지나온 삶이 취생몽사였던 듯하니
이젠 몽중취흥으로나마 즐겨볼까 합니다.
마시는 일보다 눈으로 하는 술시중도 분위기를 띄우는 일일 듯.... 감사합니다. *^^
정석촌님의 댓글

작취미성 상태에
꿈 속에 술 약속이라
계절에 낯빛이 밝아지려면
해시계로 삼동건너 포릇하게 돋는 읍내까지는 수월찮게 걸으셔야 할 텐데요
입춘지나 한 참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바람 돌아가는 햇볕만 모여드는 양지바른 쪽이라면
돗자리 하나 깔아도 무방할 듯,
설핏 찾아 든 오숭에 술 약속한 누구와 몽중취흥에 거나해진들
어떠리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