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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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80회 작성일 18-12-14 01:29본문
두물머리에서 부르는 노래
어지러운 마음 가라앉히는 투명함을 저 물 속 깊이 가라앉은 마을에서 찾는다. 소리조차 익사한 그곳. 청록빛의 시간이 겹겹이 잎을 피워 올리는. 나는 연꽃잎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벌레 한 마리 윙윙거리며 허공 속 궤적을 황홀로 탕진하는 것처럼, 연꽃잎 위에 고인 이슬방울을 나의 이승으로 알고 살아왔다. 저 이슬방울의 투명함이 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내 얼굴 눈 코 입 모두 사방 벽 없는 저 방으로부터 온 것이다. 이술방울에 가녀린 핏줄로 매달린 폐선이 슬쩍 햇살을 자른다. 스펙트럼이 분해하는 빛의 입자들이 형형색색 내 정적 안으로 들어온다. 불청객을 맞이하는 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무조건 살을 맞대고 함께 몸부림치는 것이 나의 습벽이다. 정적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며 나를 읽고 있다. 나는 연꽃잎 하나 무게만큼 폐선을 받아들인다. 두물머리에는 마음을 잊어 버린 마을이 가라앉은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여기서 갈라진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하구, 짠 바닷물이 예리하게 강물을 침범하는 그 장엄한 정경을 그리워한다. 서로 섞이지 않는 것들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나의 영육도 여기서 갈라지리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결국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두물머리에서 나는 바라는 것 없이 댓가 없이 사랑을 잃는다. 그러고서도 더 잃을 것이 없을까 곰곰 생각해 보노라면, 하루가 어느덧 절정으로 다가가고 있다. 사방 둘러보아도 온통 물이기에, 청청한 물새들이 한가지 빛깔로 모여 목놓아 한여름을 부른다.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거친 말을 쓰지않아도 이어지는 단단한 힘이 보입니다 자운영님 ~ 즐거운 감상이었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하지만 심연에 가 닿지 못한 시 같습니다.
선아2님의 댓글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강의 젖줄을 만드느라 사라진 마을들이 배경 음악이 되어
잔잔히 흐르는 두물머리가 가슴속으로 애잔하게 스며드는 아침
잘 보고 갑니다 자운영꽃부리 시인님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두물머리에 가 보니 온통 물에 연꽃에 물비린내만 가득하더군요. 그 기억을 되살려서 써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