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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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걷는다
한 발, 한 발, 오른 발, 왼 발,
결국은 한 발로 걷는 병신이
도망친 방향을 따라 걷는다
한쪽으로 치우친 반동으로
균형을 잡는 외발 짐승을 붙잡아
술이나 한 잔 하려고 걷는다
중심에서 걸어 나오거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간 발걸음으로
태극을 이룬 별에서
한 발 한 발, 오른 발, 왼 발
불타며 떨어지는 발자국들
어김없이 패이는 운석공에 술을 채우고
한 발 한 발, 오른 발 왼 발
건배하며 문득 문득
멈춰서고 싶어서 걷는다
불이 다 걸어 나간 백색 왜성에서
의열단처럼 살아남았던 뜨거움을
한 발 한 발 오른 발 왼 발
얼음잔 마다 채우고
몸 풀은 짐승처럼 엎드려 마시려고
눈이 내리면
왔던 길 되돌아 걷는다
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시인님들!
눈이 와서 둘러보니 이곳을 졸업 하신 분들이 많네요.
활연님, 동피랑, 서피랑, 라라리베, 자운ㅇ님(이분이 요즘 이곳을 연꽃밭으로 만드신
자운영 꽃부리님과 동일한 분인지요?)
시인의 마을엔 맨날 눈이 내려서
이전에 썼던 시들은 다 덮이고
동백꽃 같은 시들이 다시 그 눈을 덮는듯 합니다.
어디에 계시던지 다들 몸 돌봐가면서 시가 되시기 바랍니다.
송년 인사 전합니다.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공덕수 시인님 가끔이라도 시마을 창방에 군불 대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요즘 끄적이는 것 조차 잘되지 않네요
올 한해 수고 하셨고요
공덕수 시인님도 좋은일 건강 꼭 챙기시고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공덕수님의 댓글의 댓글

글쵸...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젊다는 뜻인 것 같아요.
시의 동력이 되어주던 사랑, 기쁨, 슬픔, 아픔, 분노,
증오, 희망, 신앙, 이 모든 것들이 노쇠해져서
도무지 아무 쓸말이 없어지는 현상이 노화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할베 할매가 근력 운동하듯
바벨을 드는 힘을 가해서 펜을 들어 봅니다.
발악이란 참 귀여운 지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봅니다.
임 기정, 마라토너님
선아2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공덕수 시인님
눈이 오면 핑계 삼아 걷기도 하지요
잘 보고 갑니다
공덕수님의 댓글의 댓글

그냥 발자국을 이내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요.
한 발 걸을때마다 인증 번호를 받는 기분 같은거요
맑은 날엔 길이 발자국을 삼키는데
눈이 내리면 발자국이 길을 깨우죠
눈은 길을 덮지만
발자국을 드러 냅니다.
전체에 묻혀 있던 개체의 상처를 드러내고
함게 앓습니다.
고맙군요.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