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伊 II -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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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이 어둠 속 협곡 어디쯤에선가 산사나무가지가 이유 없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가파른 달빛은 환하지만 그 속은 비어 있다.
작은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마음의 예각을 세우고,
어둠 속 깨어나는 나의 몸 세포 하나하나 속에 쩌렁쩌렁 連伊가 울려퍼진다.
나의 몸 세포 하나하나 속에 連伊가 조그맣게 몸을 일으킨다.
나와 나 사이 거리만큼이나
차갑게 타오르는 달빛 속 가난한 흰 새털구름.
머언 예전에 連伊의 몸을 이루었던,
지금은 저 까마득히 스스로를 높인 달빛 속에 흩어지고 마는.
나의 몸이 저 투명한 달빛의 옷을 지어 입고,
連伊와 마주앉아 가난한 달빛의 밥을 먹고,
連伊가 날 선 달빛 그 소리를 쓸쓸한 싸리나무꽃잎으로
내 마음 안에 빚어내는 동안,
여러 드난한 시절이 이 한 밤 속에서 쉴 새 없이 겹쳐 지나가고 있다.
푸르스름한 쪽빛 물들인 날개 조용히 접고
거미줄보다도 가벼운 여름밤을 등에 진 서역西域의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울고 있다.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가파른 달빛은 ....
너무 좋아요
싸리나무꽃잎, 드난한 , 쪽빛, 등에진, 거미줄,여름방, 새털구름
제가 다 좋아하는 시어입니다.
저는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아주 좋아합니다.
이토록
달밤의 노래를
달이 꽉차도록 노래하시는 ....시인님^^
감사합니다.
자운영꽃부리 시인님
즐거운 하루 되셔요^^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표현해도 표현해도 미진한 듯 느껴지는 달빛이네요. 함께 달빛의 옷을 지어 입고 달빛의 밥을 마주 앉아 먹는 연이가 그리워지는 밤이네요.
붉은선님의 댓글

훤한 대낮이 달밤에 발을 담근것 처럼 고요해 집니다~^^
자운영님 좋은 시 감상했습니다
춥습니다 건강하세요~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 붉은선님 시를 올리셨다가 지우셨던데 차차 읽으려고 하다가 절반만 읽고 말았습니다. 아주 좋은 시로 느꼈는데 올려주세요. 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