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못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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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와, 삶의 터전 마련하고
막내아들 대학문 나설 때
개 한 마리 물려주고 먼 길 떠나간 아내
-
자식, 손자 발걸음 뜸해지고
유일하게 정 붙이고 사는 개
늙고, 비만에 관절염까지 거동이 둔하다
요실금증까지 있어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통에
짜증나는 할아버지
이놈아, 날 좀 그만 괴롭혀라
내 몸 추스르기도 힘들어
그만 없어졌으면 좋겠다,
-
그날부터
주는 음식도 먹지 않고
오줌도 누지 않고
괴로운 듯 누어만 있던 개
새벽녘, 잠자고 있는 할아버지방문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물러간다.
-
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
이상한 예감이 들어 개집에 나가보니
잠자는 듯 죽어있는 개
참았던 오줌 바닥에 질펀하다.
-
개집 치우고,
무덤 만들어주던 할아버지
아내가 떠나가던 그때처럼
넋 잃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댓글목록
cucudaldal님의 댓글

너무 가슴아퍼요... 슬퍼서 눈물이 찔금.. 장진순시인님.. 감사히 읽고 가고, 오늘 아침 개때문에 약간 삐져있었는데 마음 풀어야 겠네요...
요세미티곰님의 댓글

슬픈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기를-
선아2님의 댓글

동물농장 보다가도 눈물을 흘리는데
이별은 어떤 모양으로든 슬퍼요
잘 보고 갑니다 장진순 시인님
장 진순님의 댓글

쿠쿠달달 시인님 찾아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새해 즐겁고 복된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장 진순님의 댓글

요세미티곰님 감사합니다 복된날 되시길 축복합니다
장 진순님의 댓글

선아2시인님 반갑습니다
즐겁고 보람찬 날들이 되시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