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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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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7회 작성일 19-01-05 10:20

본문

만년필/cyt​

몸짓만 있을 뿐 만년필이 글을 만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뚜껑을 열어 보니 빈속이다

튜브를 눌러봐도 헛구역질만 할 뿐 물기라곤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말라 보이는데 잉크병은 모서리로 서서 마지막 한 방울 까지 모아 준다

부디 누군가의 사연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운이 억수로 좋은 날엔 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빨아 넣었다


며칠 째 아무것도 못 드신 어머니가 헛구역질을 하신다

손을 휘저으며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말을 하고 있는데

목에서는 말로 성숙 되지 못한 소리만 새어 나온다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보니 어머니의 젖이 바짝 말라 있다

막내인 내게 초등학교 때 까지 젖꼭지를 물렸다는데

나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는가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urewater 님

고운 시를 잘 감상 하고 가옵니다
효성 지극한 작가님께서 노화 속에서 쇠약해 지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픔을 느끼시는 짠한 사연에 마음 담아 봅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좋은 휴일 되시옵소서

purewater 작가님!

purewater님의 댓글

profile_image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초보 문우들의 글을 다 읽어보시고 격려와 사랑을 베푸시는 은영숙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이 뭉클해 지는 시이군요.
만년필로 엮어가는 어머니의  사유
어머니 손이라도 잡아 드려야 하겠습니다.
늘 건필하소서, purewater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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