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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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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4회 작성일 19-01-13 18:27

본문

씨앗을 덮고 있는

오동잎이 버려진 흙빛이라고

품는 마음조차 흙빛은 아닐 것이다


푸른 오기가 시나브로 삭은

흙빛이 저의 본 색깔이라는 듯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음습한 그늘이 저의 본 자리라는 듯

본래의 색깔과 자리를 되찾았다는 듯


하릴없는 햇살은

쑥부쟁이 시든 꽃잎 위에 계면쩍고

과녁잃은 바람은

빈 가지 사이로 허방만 후려칠 때


이제는 피하거나 기다리지 않는

비껴가는 계절의 흔적이 되어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나를 버려야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일을 찾았다는 기쁨에 겨워

들썩이던 어깨춤이 끝날 무렵

오동잎은

흙빛 아닌 흙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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